자신의 집에 침입한 바카라노하우을 빨래 건조대와 벨트로 폭행해 숨지게 한 청년에게 결국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았다. 구타 대신 다른 수단으로도 충분히 방위 목적을 실현할 수 있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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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김씨를 향해 “당신 바카라노하우?”라고 묻고 주먹으로 때려 넘어뜨렸다. 김씨가 넘어진 상태에서도 도망치려 하자 뒤통수를 수차례 발로 찼고, 빨래건조대를 집어들고 등 부분을 수차례 때렸다.
최씨는 허리에 차고 있던 벨트를 풀어 김씨의 등 부분을 수차례 때렸다. 김씨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같은해 12월 25일 치료를 받던 중 폐렴으로 바카라노하우했다.
그는 “김씨가 어머니나 누나를 해친 강도나 강간범일 수 있다고 여겼다”고 진술했다. 부엌에서 칼을 들고 자신을 위협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1심과 2심은 모두 최씨의 행동이 정당방위가 아니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처음 발견하고 폭행해 쓰러뜨렸을 때까지는 자신이나 가족의 법익을 지키려는 목적의 부득이한 행위로 보더라도, 제압한 이후 후속 가해행위는 공격의사가 지배적이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이 사건은 2심 진행 당시 재판부에 “서양 일부 국가에서는 총으로 사람을 살해해도 정당방위로 처벌받지 않는데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들어오기도 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판결문에 정당방위와 관련한 영국과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의 법제를 분석해 적시하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개별 국가들은 적어도 법익에 대한 침해가 있더라도 그에 대한 반격을 하는데 일정한 제한을 두면서 그 기준으로 반격의 필요성이나 비례성, 사회적 상당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며 “정당방위의 요건으로 상당한 이유를 교구하거나 공격을 위한 행위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우리나라 실정법이나 판례상 법리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역시 “후속 폭행은 최초 폭행이 완전히 종료된 후 일어난 별개의 폭행”이라며 “정당방위나 과잉방위 모두 방위의사가 전제돼야 하는데, 주거침입과 절취행위를 중지시키려고 한 최초 폭행과 달리 후속 폭행은 단지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는 의사만이 있을 뿐이어서 침해상황 및 방위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