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시대는 돌 부족으로 끝나지 않았다[최종수의 기후이야기]

  • 등록 2024-12-23 오전 5:30:00

    수정 2024-12-23 오전 10:16:38

[최종수 환경칼럼니스트]인류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을 돌아보면 흥미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석기시대는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은 이러한 통찰 중 하나로, 기술 혁신과 사회 발전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낸다. 우리 선조들이 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도구를 찾아 청동기시대로 나아갔듯이 에너지 전환 역시 자원의 고갈 때문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필연적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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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소(사진=연합뉴스)
지난 200여 년간 인류 문명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전례 없는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화석연료의 고갈과 기후변화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석기시대 인류가 청동을 활용하며 문명의 새로운 장을 열었듯이 우리는 혁신적인 에너지 솔루션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에너지 저장 기술과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도 진화를 거듭 중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태양광 발전의 비용은 지난 10년간 80% 이상 감소했으며 많은 지역에서 이미 화석 연료보다 저렴한 발전 수단이 됐다.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신호다.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기술 혁신도 현재진행형이다. 건물의 단열 기술, 고효율 가전제품, 전기자동차 등은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혁신은 단순히 기존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의 생활방식을 지속 가능한 형태로 변화시킨다.

에너지 분야의 기술 혁신과 경제성 개선은 전 세계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진다. 덴마크의 경우 2023년 전체 전력 생산의 63%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했으며 특히 풍력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 독일의 경우 2023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56%를 넘어섰고 2030년까지 8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중국의 사례다. 중국의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은 609GW로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21%를 차지한다. 2023년 한 해에만 우리나라 총 발전설비 용량의 1.5배에 해당하는 216GW 규모를 신규 설치했다.

세계적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재생에너지 전환의 선도적 사례로 통하는 제주도가 중요한 교훈을 준다. 제주도는 2030 카본 프리 아일랜드를 목표로 재생에너지 보급을 적극 추진했으나 인프라와 제도의 미비로 여러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전력 수요가 적은 시간대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과잉돼 발전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출력제한 문제가 빈번히 발생한다. 이로 인해 전력 계통의 불안정과 발전사업자들의 경제적 손실이 심화하고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단순한 발전설비 확충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으며 전력저장장치(ESS) 확충, 수요반응 시스템 도입, 광역 송전망 확충 등 종합적인 인프라 구축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제주도의 경험은 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기술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종합적인 혁신을 필요로 하는 과제임을 보여준다. 화석연료 시대의 우리 고민도 고갈되어 가는 화석연료에 대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다행히 필요한 기술과 지식은 상당 수준 확보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변화를 현실화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의지다.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필연적으로 기존 산업 구조의 변화를 수반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석기시대 인류가 청동기라는 혁신적 도구를 발견하고 새로운 문명을 시작했던 것처럼 우리는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갈 전환점에 도달했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원의 교체가 아닌 우리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진화 과정이다. 석기시대의 교훈을 되새기며 에너지 전환의 시대를 슬기롭게 이끌어가는 것이 우리 세대의 책임이자 의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온 인류의 지혜가 이번에도 빛을 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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