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완 주멕시코대사] 올해 10월 멕시코 신정부가 출범했다. 과학자 출신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지속 강조하고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아울러 항공·우주 발전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100대 공약집에 신규 멕시코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는 공약을 포함했다. 또한 멕시코시티 시장 재직 시절부터 큰 관심을 뒀던 정부의 디지털화를 위해 이를 총괄하는 장관급 기구인 디지털통신전환청을 신설했다.
| 허태완 주멕시코 대사 [외교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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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정부, 항공·우주 산업, 에너지 믹스 전환 등 셰인바움 정부가 중점 추진코자 하는 국정 과제들은 한국이 강점을 지니고 있고 협력 여지도 큰 분야인 만큼 앞으로 한국-멕시코 간 핵심 미래 협력 분야로 적극 추진할 필요성이 크다.
우선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 정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멕시코 정부의 디지털 전환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멕시코 내에서는 증명서 발급, 인허가, 조세, 관세, 조달 등 행정 처리 절차의 투명화 및 간소화에 대한 요청이 점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셰인바움 정부는 행정 절차의 디지털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이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사관은 지난달 디지털통신전환청 등 유관부처와 공동으로 디지털 정부 협력에 관한 포럼을 선제적으로 개최해 한국의 선진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전자주민등록증, 조세, 관세, 조달 등 멕시코 측이 한국과의 협력에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에서 구체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신정부에서 경제부로 이관한 항공·우주 분야는 같은 분야에 관심이 높은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장관 주도 아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멕시코 간에도 협력도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6월 멕시코 우주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멕시코 내 발사장 구축을 위한 공동 타당성 조사 협력 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 약정을 통해 양 기관은 멕시코 내 발사장 구축을 위한 자료를 축적하고 발사장 후보지 선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항공우주 분야 협력이 발사장 구축에서부터 발사체 및 인공위성 분야에 이르기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제4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의 저자로 활동한 셰인바움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기후변화 및 신재생 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일례로 멕시코시티 시장 재직 당시 전기차 버스를 도입하고 주요 공공시설의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바 있다. 이미 한국전력 등에서 태양광 발전에 투자하고 있으며 신정부의 정책 변화에 발맞춰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멕시코 내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발전 산업에 단편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넘어 관련 부품 공급 및 스마트 그리드 구축에 이르기까지 한국 기업들의 참여 여지는 크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멕시코 양국은 이미 경제통상 관계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셰인바움 정부의 출범과 함께 디지털 정부, 항공·우주 산업, 신재생 에너지 등 새로운 핵심 분야에서의 협력 다변화를 통해 양국 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