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날 베이징에서 만난 한 외교 소식통이 현지 항공업계 관계자와 나눈 이야기를 기자에게 이렇게 전했다. “C919는 지금 어느 여객기보다 더 안전하다고 합니다. 하루에 고작 네다섯 시간만 운행하고 나머지 온종일 정비를 하기 때문이죠.”
C919의 안전이 염려되는 만큼 더 신경을 쓰기 때문에 안전할 수밖에, 아니 안전해야만 한다는 중국 항공업계의 역설적인 상황을 빗댄 우스갯소리였으나 그 말을 흘려들을 순 없었다. 새로운 기술 개발 과정에서 부침이 생기고 실패할 수는 있지만 성과 창출에 적극적인 현재 중국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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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챗GPT보다 개발 비용은 적게 들였으면서 성능은 버금간다는 중국의 인공지능(AI) 모델 ‘온라인 슬롯’(DeepSeek)가 화제다. 온라인 슬롯 창업자인 량원펑은 일약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로 떠올랐다. 그의 고향이 유명 관광지로 부각될 정도다.
사실 중국 기술 개발의 충격은 갑작스럽게 온 것이 아니다. 한때 삼성전자, LG전자가 전세계 가전 시장을 누볐지만 이제 중국에서 웬만한 가전은 샤오미 같은 자국 제품을 사용하는 게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국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 1위 로보락이 중국 기업인 것도 이제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중국의 기술 굴기는 단순 제조업을 넘어 AI 같은 첨단분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견제한다고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세상이 놀라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곤 한다.
문제는 온라인 슬롯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는 춘절(음력 설)을 맞아 군무를 펼치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이 로봇을 만든 중국의 유니트리라는 기업은 미국 테슬라를 경쟁 상대로 지목하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첨단 기술의 경쟁력은 인재 양성 부분에서 큰 차이가 나기도 한다. 최근 량원펑 모교인 저장대에서 만난 한 학생은 “학교에 너무 많은 돈이 몰린다”고 말할 정도로 중국 내 대학, 즉 인재 발굴에 대한 지원은 모자람이 없다. 세계 유수의 대학과 경쟁한다는 자긍심을 가진 중국의 공학도들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며 제2의 마윈, 제2의 량원평을 꿈꾸고 있다.
한국 기업의 제품이 더 이상 중국에서 잘 팔리지 않는다고 걱정할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중국 첨단 기술의 역습이 우리 산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야 할 때다. 지금이라도 첨단 기술 개발 노력을 위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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