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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토 씨벳 발언 시작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국가가 우리가 그들에 부과한 것보다 훨씬 높은 토토 씨벳를 부과한다. 매우 불공정하다”며 그가 취임 이후 던진 수많은 토토 씨벳 폭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인도는 우리에게 100%보다 높은 자동차 토토 씨벳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 제품에 평균적으로 우리의 두 배인 토토 씨벳를 부과하고 있지만 우리도 그들에게 토토 씨벳를 부과하고 있다”며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을 직접 언급하면서 발언의 수위가 높아졌다. 그는 한국을 거론하며 “토토 씨벳율이 4배나 높다.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방이 이렇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4배 발언은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세계토토 씨벳개요’에 나온 데이터를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자료에는 한국의 최혜국 대우(MFN) 토토 씨벳율은 13.4%로 미국(3.3%) 대비 4배라는 데이터가 나와 있다. 하지만 이는 FTA가 체결되지 않은 국가에 대해 부과되는 평균 토토 씨벳율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미국과는 무관한 수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미 수입품 토토 씨벳율은 거의 0.79% 수준까지 떨어졌다. 공산품에 부과되는 토토 씨벳율은 0%이고, 일부 농산품에 대한 토토 씨벳율만 남아 있다. 농민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특히 크다 보니 미국산 쌀(513%), 사과·배(67.5%) 등에 대한 고토토 씨벳를 부과하거나 일정 물량에 한해 무토토 씨벳 할당량(TRQ)을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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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국, 멕시코, 베트남, 아일랜드, 독일, 대만, 일본 등에 이어 대미 무역흑자 8위국이다. 무역적자 줄이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토토 씨벳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국은 한번은 ‘손 봐야 할’ 국가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보조금마저도 폐기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히면서 그간 대미 투자를 확대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그는 “그들(반도체 기업들)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돈을 주는 게 아니라 (그들이)토토 씨벳를 내지 않도록 하는 것뿐이다”며 “반도체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돈으로 부채를 줄이거나 다른 어떤 이유든 원하는 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TSMC의 최근 1000억달러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을 언급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 정부가 이미 약속한 인센티브를 빼앗겠다고 위협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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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토토 씨벳 폭탄 가능성이 커졌지만 우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할 여지도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한국과 일본의 향후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개발 참여에 대해 거론하면서 “그것은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각별히 챙기는 프로젝트로, 우리 기업이 참여한다면 에너지 도입선 다변화를 통해 미국발 통상 압력을 완화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조선 관련 조직을 신설하며 미국 조선업 활성화를 강조한 것은 한국의 대미 관계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조선 분야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그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고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세계 최대 조선기술을 보유한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 토토 씨벳 공격을 완화하는 데 활용할 카드가 있는 셈이다. 최근 방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알래스카 LNG 개발을 포함해 정부는 토토 씨벳, 비토토 씨벳, 조선, 에너지 등 5개 실무협의체 구성을 합의했다.